1. 건설산업 리스크
건설업계는 국내외 경제와 건설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여러 리스크 요인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는 사업 영역이 국내외 건축과 토목으로 나뉘고 각 분야에서 서로 다른 위협 요인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건설산업의 리스크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각 리스크가 어떻게 건설사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1. 국내 건축과 해외 토목의 차별화된 리스크
국내 건축은 주로 분양시장의 성공 여부에 따라 성과가 결정됩니다. 토지 매입, 인허가, 건축공사로 이어지는 프로젝트 동안 대부분의 자금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차입금과 공사비 선투입으로 조달되기 때문에, 분양률이 낮을 경우 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건설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지거나 PF 차입금에 대해 연대보증을 제공하는 경우, 분양 부진이 심화되면 시공사는 막대한 재무적 부담을 떠안게 됩니다. 이는 PF 차입금 상환에 실패할 가능성을 높이며 공사비 회수 실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해외 토목 프로젝트는 원가율 급등이 주요 리스크입니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건설 프로젝트는 종종 원자재 비용 상승, 인력 조달 문제 등 예상치 못한 변수에 노출됩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공사 예비비를 충분히 확보해야 하지만, 경쟁에서의 우위를 위해 저가 수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공사 중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하면 손실이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공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손실 규모는 더욱 확대될 위험이 존재합니다.
1-2. 리스크의 비중과 영향력
해외 토목 프로젝트는 개별적으로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건설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빈도, 국내 금융기관 대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전체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국내 건축 프로젝트의 리스크가 더 큽니다. 즉, 국내 건축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전체 건설업계와 경제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는 것입니다.
1-3. PF 차입금의 구조적 문제
건설업계는 PF 대출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는 사업의 성공 여부에 따라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분양이 부진할 경우 건설사가 선투입한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하고 PF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PF 기관은 대출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시공사에 책임준공 의무를 부과하고 연대보증 또는 채무 인수를 요구합니다. 이는 시공사에 막대한 재무 부담을 안길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입니다.
1-4. 재무적 부담의 확산 가능성
분양이 부진하면 PF 차입금에 대한 상환과 공사비 회수가 지연되어 건설사의 재무적 부담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습니다. 연대보증, 채무보증, 책임준공 미이행 시 채무 인수 등의 다양한 신용보강 형태는 모두 궁극적으로 건설사에 유사한 재무적 부담을 초래하게 됩니다. 협상을 통해 일부 부담을 시행사나 금융기관에 전가하거나 PF 차입금의 만기를 연장할 수 있지만, 분양률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자비용 추가 등으로 최종 재무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2. PF차입금과 건설회사
건설업계는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와 직결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적 특성이 있습니다. 이는 사업의 성장과 확장을 도모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PF 차입금이 건설회사에 미치는 영향과 그 배경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펼쳐보겠습니다.
2-1. 급증하는 PF 차입금의 규모와 그 원인
2020년 말 약 92.5조 원이던 금융권 PF 대출잔액은 2022년 말 130.3조 원, 2023년 말에는 135.6조 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이 수치는 단기간에 걸쳐 PF 차입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줍니다. 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 PF 대출잔액은 다소 감소했으나, 그 속도는 매우 더디며 여전히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증가세는 주택경기 둔화와 PF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맞물린 결과로, 사업 진행에 따른 PF 대출 잔액 감소가 예상보다 느리게 나타나고 있는 점도 중요한 특징입니다.
2-2. PF 대출의 질적 악화와 건설회사의 대응
PF 대출은 단순한 규모 증가뿐만 아니라 그 질적 측면에서도 악화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의 PF 고정 이하 여신비율이 2023년 말 13.5%에서 2024년 6월 말 17.5%로 상승했으며,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서도 각각 29.7%, 19.7%까지 급증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금융업권 전반의 PF 건전성 악화를 의미하며, PF 대출 연체율 또한 2024년 들어 가시적으로 상승하였습니다.
현재로서는 금융기관의 PF 대출 건전성 악화와 연체율 상승이 건설사에 직접적인 유동성 리스크 확대 요인으로는 작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PF 우발채무가 현실화되었으나, 건설사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유동성 관리로 대처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는 롯데건설의 등급전망 조정 이후 'PF 우발채무 현실화'로 인한 추가 신용등급 변동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에서도 확인됩니다.
2-3. 금융당국의 PF 리스크 관리와 건설사의 역할
금융당국은 2024년 5월, PF 부실사업장의 정리를 위해 구체적인 사업성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8월에 1차 평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유의·부실우려 사업장 PF는 21조 원이며, 이 중 건설사가 책임준공이나 신용보강을 제공한 PF 익스포저는 5.1조 원에 불과했습니다. 이와 같이 금융당국은 건설사의 신용보강과 PF 사업의 사업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건설사의 리스크를 관리하고자 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PF 차입금의 구조는 진화해왔습니다. 과거에는 건설사가 직접 차입하는 형태였다면, 이후 시공사와 시행사를 분리하여 시행사가 PF를 차입하고, 건설사는 지급보증 형태로 변모하였습니다. 이후, 지급보증 대신 자금보충 또는 채무인수가 선호되었으며, 최근에는 책임준공 미이행 시에만 채무인수를 하는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2-4. PF 리스크 관리의 어려움과 향후 과제
PF 차입금이 리스크로 작용하는 것은 분양과 연관된 상황이 가장 큽니다. 분양이 지연되거나 부진할 경우, 건설사가 제공하는 신용보강 형태에 따라 부담이 달라지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재무부담은 동일하게 건설사에 집중됩니다. 건설사는 PF 차입금의 만기 연장을 통해 시간을 벌 수 있지만, 이는 분양률 개선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오히려 추가적인 이자비용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3. 건설회사는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까
건설업계가 직면한 여러 위기 속에서 연착륙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노력으로 PF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지만, 건설사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적 건전성을 개선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건설업계가 안정적인 연착륙을 이루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필요 전략을 분석합니다.
3-1. 사업성과 분양률 제고의 중요성
건설사들은 시간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PF 차입금 상환과 일부 부실 사업장의 운전자금 선투입, PF 우발채무 현실화에 대비해 자본 확충과 유동성 확보가 절실합니다. 이는 진행 중인 사업장의 사업성과 분양률을 높이는 것을 통해 가능해집니다. 분양률이 개선되면 PF 차입금의 상환 여력이 높아지고, 재정적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2024년 상반기 기준, 당사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BBB급 이상 건설사들은 시공능력 순위 30위권 내의 회사들로, 전체 건설시장을 대표할 수는 없으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이들의 재무제표를 통해 살펴보면 수익성이 다소 저하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4년 상반기 합산 EBIT 마진율은 3.1%, 2023년에는 2.9%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2021년 6.6%와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3-2. 원가율 상승과 공사비 문제
공사 원가 급등기 이전에 수주한 공사들이 2024년 중 완공되며, 이후에는 원자재가 상승분을 반영한 수주가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이는 추가적인 원가율 상승 가능성을 낮춰줄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레미콘과 시멘트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인건비 상승도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규제 지역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비규제 지역에서는 경기 침체로 인한 분양가 하락, 분양 촉진비용 부담 등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3-3. 순차입금 확대와 우발채무 문제
2024년 6월 말 기준, 건설사들의 순차입금은 16.7조 원으로 전년도 말 11조 원 대비 크게 증가했습니다. PF 우발채무는 여전히 약 30조 원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으며, 이는 건설사들의 운전자금 부담 확대와 직결됩니다. 분양 프로젝트로부터의 분양대금 유입이 지연되며 미청구공사 금액과 비중이 커지는 점도 우려 요소입니다. 이는 과거 해외건설 프로젝트에서 미청구공사 누적이 손실로 이어졌던 사례와도 유사한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3-4. 신규 착공과 분양 위축의 문제
금융위기 시기와 마찬가지로, PF 리스크는 미분양 주택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2024년 8월 기준 미분양 주택수는 6만 7,550호로 20년 장기 평균인 7만 호를 하회하고 있습니다. 분양 연기와 미분양 관리 측면에서 리스크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사업 기반 확보에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고금리 상황에서의 사업 지연은 금융 부담을 증가시켜 사업성 저하로 연결될 가능성도 큽니다.
3-5. 연착륙을 위한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
건설사들이 연착륙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확보와 자본 확충이 필수적입니다. 금융기관과의 협의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고, 사업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정부는 지방경기 활성화, 대규모 주택 공급 등 건설사들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하며, 건설사 자체적으로도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해외은행 차입 등을 통해 위기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3-6. 결론
건설업계가 연착륙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합니다. 현재 위기를 넘어서더라도 향후 동일한 리스크가 반복되지 않도록, 건설사와 금융기관이 협력해 보다 안정적인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4. 이번 위기가 지나면 다음 번에는
건설산업은 사업계획부터 준공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위기를 발판 삼아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살펴보겠습니다.
4-1. 부동산 개발사업의 구조적 문제
우리나라의 부동산 개발사업은 ‘저자본-고차입’ 구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을 투입하고 높은 차입금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경제 상황의 변동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건설사들에게 큰 재무적 부담을 지우며, 나아가 금융기관 및 경제 전반에 위험을 전이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의 자금조달 구조 하에서는 건설사(시공사)가 1차적으로 재무 부담을 지게 되며, 이는 위기 발생 시 금융기관의 시스템 리스크로도 연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시행사의 자본 참여를 확대하는 법규 개정과 같은 직접 규제와, 자본투입 비율에 따른 PF 사업의 등급을 정하는 간접 규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궁극적으로 건설사에 대한 신용 의존도를 줄이고, 보다 안정적인 금융 구조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4-2. 책임준공 의무의 완화와 새로운 금융 모델 필요성
국내 건설사들은 부동산 PF 대출에서 책임준공을 확약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는 천재지변이나 내란 등 불가항력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떤 이유로든 공사를 중단하거나 포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약속입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률이 저조하거나 공사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더라도 공사를 완수해야 하는 강제적인 의무입니다. 이러한 확약은 건설사에게 불리하게 보일 수 있지만, 양질의 수주 물건을 확보하고 시공 마진을 높이기 위해 이를 활용해왔던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책임준공 의무를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설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를 유지한다면 위기가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금융기관도 건설사에만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금융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신용보강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고, 건설사에 대한 이익 배분 비중을 조정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4-3. 적정 시공 마진과 분양가 현실화
책임준공 의무의 완화와 새로운 금융 모델 도입이 이루어지더라도,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적정한 시공 마진을 보장해야 합니다. 현재의 분양가상한제와 같은 규제는 분양가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하지 않으면 건설사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분양가 규제 완화와 현실화가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건설사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더 나은 프로젝트 품질을 제공할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4-4. 반복되지 않는 위기를 위한 방향성
이번 위기를 통해 얻은 교훈은 단순히 한시적인 해결책이 아닌,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위한 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건설사와 금융기관은 협력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사업 구조를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건설업계는 경제 변화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동일한 위기가 반복되지 않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