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K 뷰티, 2차 글로벌 도약기의 시작
K뷰티 산업은 지금 또 다른 글로벌 도약의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48억 2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2021년 상반기의 기록을 3년 만에 경신했습니다. 특히 하반기 수출이 상반기를 상회했던 과거의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연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성장은 화장품 산업의 저변 확대로도 나타나며, 통계청에 따르면 화장품 수출 기업 수는 2020년 7,564개에서 2023년 8,330개로 10% 이상 증가했습니다.
1-1. 1차 도약기와의 차별점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이어진 1차 도약기가 대기업 중심(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이었다면, 현재의 2차 도약기는 인디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발표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인디 브랜드의 수출액은 15억 5천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대기업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은 30% 증가하며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1-2. 다변화하는 수출 대상국
K뷰티의 수출 시장 역시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중국(39%)에 집중되었던 수출 구조가 2024년 상반기에는 중국(25%), 미국(18%), 일본(10%), 베트남(6%)으로 변화했습니다. 특히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의 수출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1-3. 확장되는 제품군
K뷰티의 제품 스펙트럼은 더욱 다양해졌습니다. 과거에는 스킨, 로션 같은 기본 제품에 집중되었지만, 최근에는 토너, 쿠션, 자외선 차단제, 립틴트와 같은 폭넓은 제품군이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를 책임지는 K뷰티"라는 표현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1-4. 질적 성장의 상징, 인디 브랜드
조선미녀와 티르티르 같은 인디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독창적인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며, K뷰티의 질적 성장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들 브랜드는 민첩한 기획력과 ODM(제조자개발생산)을 활용해 뛰어난 제품력을 갖추었으며, SNS와 멀티브랜드 플랫폼을 통한 유통 다각화를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1-5. 미래를 향한 전망
K뷰티는 이제 2차 글로벌 도약기를 막 시작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출 증가를 넘어, 전 세계 소비자의 세분화된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K뷰티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혁신적인 접근과 시장 통념을 깨는 도전에서 비롯될 것입니다.
이제 K뷰티는 글로벌 뷰티 시장의 중심에서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2. 소비자 니즈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 조선미녀(Beauty of Joseon)
팬데믹은 미국 소비자들의 화장품 소비 행태에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 미국 소비자들은 색조 화장을 중시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 시간 증가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스킨 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SPF(Sun protection factor, 자외선 차단 지수)가 포함된 화장품, 그 중에서도 선크림에 대한 수요 증가다. 뷰티 트렌드에 민감 한 한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선크림을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멀티 제품으로 인식하며 일상적으로 사용해 왔다. 반면 미국에서는 이러한 트렌드가 최근에야 시작되었다.
조선미녀는 이러한 미국 소비자의 달라진 니즈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대응했다. 동양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미국 시장에서 한방 화장 품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쌀, 팥, 인삼 등 동양적 원료를 기반으로 한 제품, 특 히 쌀을 강조한 선크림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 웠다. 또한 한방 화장품은 중년 여성용 고가 제품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깨고, 가격을 낮춰 미국의 젊은 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조선미녀의 대표 제품 ‘맑은쌀선크림’은 트 러블이 거의 없고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입소문을 타며 성공을 거두었다. 지난해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아마존 선크림 카테고리에서 1위 를 차지하기까지 했다.
3. 작은 고객가치에도 충실히 대응한 티르티르(Tir Tir)
“한국 쿠션은 색상이 아쉬워!”
지난 4월, 미국의 흑인 유튜버로서, 구독자가 300만 명을 넘는 미스 달시가 일본에서 국민 쿠션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티르티르의 쿠션을 소개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한국의 쿠션은 가장
어두운 색상조차 흑인 소비자들에게는 너무 밝다는 지적이었다. 티르티르는 이러한 피드백에 신속하게 대응했다. 한 달 후, 티르티르는 흑인 피부 톤에 맞춘 어두운 색상의 쿠션 11개를 그녀에게 선물했고, 달시는 자신의 피부에 딱 맞는 색이라며 티르티르에 감사를 표했다. 이를 계기로 티르티르 는 30가지 색상으로 제품군을 확장하여 ‘흑인도 쓸 수 있는 제품’으로 포지셔닝하며, 미국 시장에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티르티르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은 괄목할 만한 성과로 이어졌다. 미국 진출 1년 만인 올해 4월, 아마존에서 K뷰티 최초로 마스크핏 레드 쿠션으로 파운데이션 부문 판매 랭킹 1 위를 차지했다. 그로부터 두 달 후인 6월에는 아마존 전체 뷰티 카테고리에서 한국 브랜드 중 최초로 색조 제품으로 1위에 올랐다.
4. K 뷰티 인디 브랜드의 뉴 글로벌 전략
K뷰티 인디 브랜드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독창적인 전략으로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본력에서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창의적이고 민첩한 접근법을 통해 전 세계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조선미녀와 티르티르 같은 브랜드들이 보여준 성공 사례는 인디 브랜드의 전략적 잠재력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4-1. 키워드 중심 기획력: 명확한 메시지 전달
인디 브랜드들은 소비자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기 위해 키워드 중심의 브랜드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는 원료, 제형, 효능 같은 직관적인 특징을 제품명이나 마케팅에 적극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조선미녀의 '맑은쌀선크림'은 주원료인 쌀과 효능을 제품명에 직접 반영해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코스알엑스의 '스네일92올인원크림' 역시 달팽이 점액 92% 함유를 강조하며 신뢰를 얻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제한된 자원으로도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제품의 독창성과 효능을 부각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이 구매 전 원료와 효능을 조사하는 트렌드에 부합하며, 인디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4-2. ODM 활용: 제품력과 출시 속도의 동시 확보
인디 브랜드는 자체적인 연구개발과 제조 능력에 의존하지 않고 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을 적극 활용합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같은 글로벌 선두 ODM 기업들은 고품질의 제품 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디 브랜드는 고급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신속히 시장에 선보일 수 있습니다.
조선미녀의 '맑은쌀선크림'과 코스알엑스의 '스네일92올인원크림'은 이러한 ODM 협업의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ODM 기업의 R&D 역량은 원료 안정화, 제형 개선, UV 차단 기술 향상 등에서 두드러지며, 이는 인디 브랜드들이 고품질 제품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출시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4-3. 다각적인 고객 접점: SNS와 멀티브랜드 플랫폼의 활용
인디 브랜드는 다양한 고객 접점을 활용해 소비자와의 연결고리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과거 K뷰티가 면세점 중심의 유통망에 의존했다면, 현재는 SNS, 전자상거래 플랫폼, 멀티브랜드 매장 등으로 유통 채널을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① SNS와 바이럴 마케팅
인디 브랜드들은 틱톡과 같은 SNS를 통해 소비자와의 친밀감을 높이고, 바이럴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피부 고민이 유사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은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고 구매로 이어지는 데 효과적입니다.
②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 라쿠텐(일본), 쇼피(동남아) 같은 대형 플랫폼은 K뷰티 인디 브랜드들이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와 만나는 주요 창구입니다. 이들은 비교 구매가 가능하고 접근성이 뛰어나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합니다.
③ 오프라인 멀티브랜드 스토어
국내의 올리브영과 다이소는 단순한 매장을 넘어 인디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리브영 매출의 60% 이상이 인디 브랜드 제품에서 발생하며,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을 통해 자연스러운 글로벌 확산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5. 인디 브랜드의 약진, 뷰티업계에 주는 의미
K 뷰티 인디 브랜드들의 성공은 뷰티업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5-1. 시장 도그마(Dogma)에 도전하라.
2018년 이후 K 뷰티 산업은 정체기를 겪었으며, 업계에는 부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 다. 당시 업계에는 다음과 같은 불문율이 존재했다.
“화장품 효능은 별 차이 없다. 결국은 브랜드 이미지 싸움이다. 마케팅 비용을 늘려야 한다.” “중국 시장의 수요 정체가 계속되는 한, K 뷰티는 성장하기 힘들다.”
“미국 시장은 국내 기업이 이해하기 힘든 다인종의 시장이다.”
“일본 시장은 자국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서 K 뷰티는 들어가기 어렵다.”
그러나 K 뷰티 인디 브랜드들은 불문율에 도전하며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과 제품 측면에서 다각적인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시장 구도가 고착 화한 것으로 여겨졌던 선진 시장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의 시장 통념에 도전하는 혁신적 접근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5-2. 다변화하는 소비자 니즈를 귀하게 다뤄야 한다.
티르티르의 미스 달시 사례는 작은 소비자 그룹의 니즈에 주목했던 것이 때로는 엄청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제품은 초기에는 소수의 니즈를 겨냥했지만, 결과적으로 브랜드 전체의 평판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단기적으로는 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뷰티업계는 산업 특성 상, 소비자의 세분화된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입소문을 통한 신 규 고객 유치에 크게 기여한다. 특히 최근 젊은 소비자층은 DEI(Diversity· Equity·Inclusion /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귀 기울이고 이를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에 반영하는 것이 단순한 고객 만족을 넘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5-3. 제품 특성에 따라 사업모델을 유연하게 운영하라.
지난 6월 아마존과 한국콜마가 공동 개최한 컨퍼런스는 뷰티산업의 새로운 협업 모델로 서 관심을 가질 만하다. 아마존은 K뷰티 인디 브랜드들의 성공과 이들의 제조 기반이 주 로 ODM인 점에 주목하여 한국콜마에 이 행사를 제안했다. 양사는 이 행사에서 제 2의 티 르티르, 조선미녀 같은 성공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유통 플랫폼과 ODM 기업 간의 전략적 제휴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며, 이 모 델에서는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신속하게 제품화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대기업 브랜드들도 제품 특성과 시장 상황에 따라 사업모델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때로는 다양한 협업을 통해 고객 가치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인디 브랜드들이 일으킨 작은 물결이 글로벌 뷰티 시장의 큰 파도로 변모하고 있다. 이 물 결이 얼마나 멀리,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섬세한 니즈를 읽 어내고, 제품에 반영하는 브랜드들의 노력에 달려 있을 것이다. K 뷰티의 화양연화는 이제 막 시작됐다.